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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참여한 송도 바이오아카데미는 정말 재미있었다. 과학과 바이오 분야에 관심은 있었지만, 관련 경험을 많이 해보지 못했는데 이번 바이오아카데미가 내 삶에 큰 경험이 될 것 같다.
송도에 도착해 제일 처음으로 국내, 세계 석학의 강의를 들었다. 국내 석학으로는 이민섭 회장님이 오셨고, 세계 석학으로는 Magdalena Radwanska 교수님이 오셨는데, 각 분야의 정상을 담당하는 분들이라 그런지 배운 것이 많았다. 이민섭 회장님은 edgc의 최고 경영이사이셔서 유전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셨고, Magdalena Radwanska 교수님은 백신을 디자인하는 것에 대해 강의해주셨다. 이민섭 회장님의 강의 중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맞춤 의학에 대한 부분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맞춰진 표준 의학이 아닌 개개인에게 맞춘 ‘맞춤의학’이 정말 실현될 수 있는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들의 일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궁금했다. 예전부터 ‘아플 때마다 내 몸에 딱 맞는 약을 먹을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끔 했는데, 이번 강의를 듣고 맞춤 의학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던 것 같다.
Magdalena Radwanska 교수님의 강의는 내가 여태까지 들었던 강의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이었다. 바이오 아카데미에 참여하기 전날에 ‘세계 석학의 강의는 영어로 진행될텐데, 번역기로 내가 직접 번역하는 건가? 내용을 하나도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했다. 그러나 번역을 다 해주셔서 편하게 강의를 들었던 것 같다. 주변에 번역기를 끼지 않고 그냥 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일부 보였는데 영어를 정말 잘하는구나 싶어서 부럽고 신기했다. 백신에 대한 내용은 책에서 본 적이 많았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막는 것도 백신이라고 한다. 그런데 ‘백신 디자인’은 아예 처음 들어보았다. 백신도 디자인한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백신 디자인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봤음에도 불구하고 수업 내용이 재미있었다. 특히 백신 디자인에 대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번 강의의 가장 좋았던 부분은 질문을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강의나 영상을 보면 바로바로 질문하기가 어려운데, 이번 강의는 강의가 끝나고 질문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강의가 다 끝난 후 이민섭 교수님께 질문을 하러 강당 밑으로 내려갔는데, 질문을 하고 싸인을 받으러 온 사람이 많았다. 나는 아무것도 챙겨서 내려오지 않아서 ‘아 펜이랑 노트라도 챙겨와서 싸인 받을걸’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궁금하던 것을 질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점심을 먹은 후 각각의 학생들이 신청한 회사로 견학하기 위해 이동했다. 나는 edgc로 견학을 신청했다. edgc에서는 유전자 과학과 관련된 산업을 한다. 회사 견학과 홍보 영상 시청을 하고 약간의 퀴즈도 풀어보았다. 회사 내부를 견학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내가 생각하던 연구실의 모습이 눈 앞에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edgc를 견학하고 유전자 관련 분야를 직업으로 삼으면 어떨지 고민이 생겼다. 강의실로 돌아와 퀴즈를 풀었다. edgc의 약자가 무엇인지 퀴즈를 내었는데 내가 재빨리 손을 들어 기회를 얻었지만 맞추지 못했다. 상품은 내 다음 다음으로 기회를 얻은 친구가 가져갔다. 유전자를 채취해서 edgc로 보내면 나는 어느 인종이 섞였는지 알려주는 키트였는데, 예전에 유튜버들이 이 키트를 사용한 것을 인상깊게 보아서 더욱 아쉬웠다. edgc에서 나눠준 팜플렛을 보니 회사로 검사를 의뢰하면 굉장히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어느 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지, 여드름이 날 확률이 높은지, 얼마나 산만한지, 심지어는 술을 마시고 얼굴이 잘 붉어지는지도 알려주어서 ‘유전자로 이런 것까지 알 수 있다고?’ 하고 상당히 놀랐다. 공상과학 책에서 미래에는 수명도 알 수 있고 병도 미리 치료할 수 있다는 설정을 보았을 때 실현이 불가능하거나 너무 먼 미래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지 알아서 미리 예방을 하는 것은 이미 실현되었고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발병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유방을 절제한 것), 가까운 미래에는 유전자로 정말 수명까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천의대를 갔다. 아카데미에 가기 전 어떤 대학교와 회사를 견학할지 고르는 창에서 망설임 없이 고른 학교였다. 다른 학교에서도 재미있는 실험을 했지만 가천의대를 고른 이유는 쥐와 관련된 실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동물실험 관련 이야기를 볼 때마다 '저런 동물들은 어떻게 길러지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내가 여태까지 본 과학 뉴스 중에서도 돼지나 쥐, 원숭이를 실험에 이용해 큰 효과를 얻은 실험이 무척 많았다. 또 동물실험은 학교 토론 대회에서 단골로 나오는 주제이기도 하니 더욱 관심이 갔고, 다른 회사와는 다르게 직접 쥐를 만져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송도 바이오 아카데미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가천의대 방문이었다.
가천의대에 도착한 후 강당에서 기본적인 수업을 들었다. 가천의대 소개와 실험 공간의 규모에 대한 것, 실험 시 유의사항 등 여러 가지를 알려주셨다. 배운 것 중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동물실험을 하기 위해서 보고서를 내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번에 학교에서 토론 수업을 했을 때 동물실험이 너무 무분별하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주변에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 모든 실험에서 함부로 동물을 활용할 수 없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실험을 할 때 일회용 실험복을 입고 실험실로 들어갔다. 처음 입어보는 옷은 아니었지만 왠지 이 옷을 입으니 진짜 연구원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입고 벗기가 쉽지 않아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매일 이런 옷을 입는 걸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한 실험은 총 3가지였다. 처음으로 한 실험은 ‘IVIS’라는 기계를 활용한 실험이었다. 먼저 쥐를 사육하는 사육실에 들러서 다양한 쥐들을 보았다. 쥐의 종류가 그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쥐도 있었다. 필요한 장비를 챙겨 실험실로 이동했다. 우선 종양이 있는 쥐를 작은 통에 넣고 마취 가스를 사용해 마취시켰다. 실제로 마취가 된 동물을 이날 처음 보았다. 선생님이 쥐같이 작은 동물은 오래 마취시키면 죽는다는 말도 해주셔서 조금 급한 마음도 들었다. 마취된 쥐를 IVIS라는 큰 기계에 넣은 후 작동시키자 종양이 있는 부분이 빨간 점처럼 보였다. 종양의 모습만 딱 보인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그러나 이번 실험을 위해서 쥐에게 종양을 만들었다는 말을 했을 생쥐에게 미안했다.
두 번째로 본 것은 MRI와 골밀도분석기였다. MRI를 사람에게만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동물을 위한 것도 있어서 신기했다. MRI 장비를 보러 가기 전에 교수님이 짧은 영상과 PPT를 보여주셨다. 영상 중 기억에 남는 것은 MRI 장비 근처에서 자성이 있는 물건이나 금속,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MRI 장비의 강한 자성 때문에 앞서 말한 물건들이 날아가거나 고장 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래서 MRI 장비를 보러 가기 전에 시계와 카드처럼 강한 자성에 망가질 수 있는 물건들을 전부 놓고 갔다. MRI 장비를 실제로 보니 매우 컸다. 저렇게 큰 장치에 아주 작은 쥐 한 마리가 들어간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또 명찰의 작은 금속 부분이 장비 쪽으로 당겨져서 ‘와 정말 자성이 강한가 보구나’라는 것을 체감했다. 그다음으로는 체성분 및 골밀도 분석기를 이용해 X-ray 영상을 찍고 생쥐의 골밀도, 체지방, 제지방을 측정했다. 마취된 상태의 생쥐를 손으로 잡고 분석기에 눕힌 후 면봉으로 팔다리를 쫙 벌린 자세가 되게 조정했다. 내가 제일 첫 번째로 했는데, 생쥐가 너무 작아서 긴장되었다. 오른쪽 팔다리를 덜 폈는지 기대했던 것만큼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생소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모든 사람이 다 체험을 한 뒤 찍은 X-ray 영상을 보내주겠다고 이메일을 받아가셨는데, 나만 사진이 안 온 건지 모르겠다. 이메일을 잘못 적었나? 꼭 영상을 받아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한 실험은 쥐를 손으로 직접 잡으면서 하는 실험이었다. 쥐를 가지고 실험을 할 때 손으로 쥐들을 꼭 잡아 고정하는 방법과 주사를 놓는 것에 대해서 배웠다. 교수님이 시범을 보여주실 때는 별로 어렵지 않아 보였는데, 직접 해보니 만만치 않았다. 쥐들의 크기가 아주 작아서 힘도 약할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셌다. 양 옆의 친구들이 쥐에게 물려서 긴장도 많이 했다. 또 생쥐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불쌍했다. 만약 어느 날 나보다 수천, 수만배는 큰 괴생명체가 나를 꽉 잡는다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 이 다음에는 주사기로 생리식염수를 일정량 빨아들이는 체험을 했다. 이 주사기는 특이하게 끝이 뾰족하지 않고 동그란 모양이었다. 이런 모양의 주사기는 처음 봐서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이건 쥐들에게 약을 섭취시킬 때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하시며 설명을 해주셨다. 얕게 넣으면 약을 뱉을 수 있어서 뱃속 깊숙이 넣는 것인데, 잘못 넣으면 기도로 들어가 죽을수도 있다, 라는 내용이었다. 이 대목을 들을 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설마 내가 이걸 하는건 아니겠지? 학생에게 이런 걸 시킬 리가 없어...’ 손도 바들바들 떨릴 정도가 되었을 때 ‘그렇지만 오늘 학생들이 이걸 하지는 않습니다.’라는 말을 해주셔서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다. 올해 들어 최고로 큰 안도감이었다. 한편 불쌍하다는 마음도 들었다. 쥐가 고통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특히 마지막 실험을 할 때 동물실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전의 난 동물실험에 대해서 무조건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실험으로 쓰이는 동물(쥐나 토끼, 원숭이 등)을 주위에서 자주 보지도 않고, 인간이 우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실험에 쓰이는 쥐를 직접 보고 나서 그 동물들이 겪을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 배운 것에는 동물실험을 할 때 고통의 정도에 따라 실험을 분리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 부분들이 조금 더 세분화되고, 동물실험을 할 때 동물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지 않고, 또 그것이 어렵다면 고통이라도 덜 느끼게 되었으면 좋겠다. 실험동물들은 우리가 쌓은 과학 업적에 크게 이바지했다. 앞으로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동물실험을 하더라도 조금 더 동물들이 편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일이라서 그런지 감상문을 쓰다 보니 완벽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즐거웠던 마음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실험을 하는 몇 시간 동안 긴장도 하고 계속 서 있기도 해서 조금은 힘들었지만, 그 힘듦을 감수할 정도로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올해 처음 참여하는 것인데 내년에도 참여하고 싶다. 내년에는 다른 대학과 회사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것이다. 바이오 아카데미에 참여한 뒤로 바이오 아카데미같은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충주, 특히 대소원면은 내 미래와 진로, 직업을 고민하기에 힘들다. 글로벌 캠퍼스와 같은 대학교도, 회사도, 학교도, 체험 프로그램도 없다. 만약 이런 프로그램이 더 생긴다면 나와 같은 상황인 다른 친구들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연히 친구들에게 바이오아카데미 프로그램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